- 한라산에서 자기 이기기(2)
- Timberlines 2009-02-18 02:34:41
인천항 근처의 롯데마트에서 저녁 회식거리를 구입하면서, 약간의 소주도 구매를 했다. 6병의 소주가 1 pack에 담긴 것으로 구매했는데 역시나 수원이의 표정이 웬지 불만족스러워 한다. 겨우 6병으로는 긴 밤을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한데, 내일의 산행이 힘든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수원이의 눈빛을 그냥 묵살해 버렸다.
출항이 지연된 것은 높은 파도 때문이었는데, 선실에 앉아 있으려니 배가 부드럽게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그리 대단한 요동도 아닌 데, 수원이가 배멀미로 안절부절 못한다.
결국 그 좋아하는 술을 한잔도 못마시고 속을 비우러 화장실만 서너번 다녀왔고, 어제 저녁 회사의 방침을 어기고 소풍 전날 설레는 마음을 밤새 술로 달랜 친구들은 술잔을 입에 대지도 못한다.
덕분에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하는 나는, 산행 전날 또 과음을 하게 된다.
배는 흔들리고 강풍은 몰아쳐도 선상에서는 불꽃 놀이가 시작되고 적당한 일상 탈출을 꿈꾸던 중년의 남녀들은 선상에서 때 아닌 나이트분위기를 연출한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선실 바닥에 담요를 여러장 겹쳐깔고 누우니, 정신없이 지낸 하루가 끝났음을 알게된다.
내일 부디 아무 사고 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하며 편안한 잠속으로 빠져든다.
2월 14일 토요일
날씨는 완연한 봄날씨에 햇살까지 밝게 빛난다.
부산팀도 제 시간에 성판악에 도착되어 있고, 산행의 시작이 순조롭게 시작된다.
성판악 휴게소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진달래 대피소 closing time을 맞추려고 다들 달리듯 등산을 시작한다.
산행이 시작되는 길에는 눈이 보이지 않더니 20여분쯤 지나니 눈이 발에 밟히기 시작하고 각자의 등반 능력에 따라 선두와 후미가 정해진다.
작년에 비해 보잘것 없는 눈경치이긴 하지만 등산을 하는 사람은 더 많아서 나란히 줄을 서서 백록담을 향하다 보니, 잘 걷는 사람은 수시로 앞사람을 추월해 나가야 하는 데 등산로가 좁아서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전날 과음한 탓에 흐르는 땀을 추체하지 못하며 수원이와 함께 후미에 쳐져서 올라간다.
12시가 가까워 올수록 closing time에 대한 조바심이 생기며 힘들어 하는 수원이를 내팽겨치고 앞서 걸어나가니 진달로 대피소가 코앞이다.
11시 50분!
다행히 수원이도 박금례 여사( 강대리 모친)님도 12시 전에 진달래 대피소를 통과하여 가지고 간 도시락을 펼쳐놓고 휴식 겸 점심을 시작한다.
여행사에서 나누어 준 도시락은 자체 발열 기능을 가진 것이라서 따뜻한 도시락을 즐길 수 있었다.
이젠 정상에 오후 1시 30분까지 올라가야하기에 짧은 점심 시간을 마치고 다시 걷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수원이가 다리에 쥐가 났다며 느릿 걸음을 시작한다.
배소장님 스틱과 영기의 스틱을 빌려서 수원에게 쥐어주고 황소걸음으로 오르니 어느 새 정상이다( 오후 1시 50분).
정상은 거짓말 안 보태고 등산객들이 새카맣게 몰려있다.
흩어져 있는 일행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롬담을 배경으로 전체 등정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한적한 곳에서 팀버라인 깃발을 펼쳐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하산길을 재촉한다.
- 이성환 2009.03.03 01:59 사회나이 3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