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집단가출(대청봉편)
- 박준학 2016-06-24 15:22:28
2016.06.18.-19
설악산 대청봉 정복기
어느 누가 그랬던가. ‘산이 거기 있으니 오른다’ 라고.
하지만 우린 아니다, 팀버라인은 아니다.
설악산은 강원도에 있었고 우린 정복하기 위해 오른다.
6월17일.
이번 산행에서 팀버 영맨 일인당 한 끼 식사비는 9,000원이다. 충무로에서의 점심값 보다 3,000원가량 더 비싼 식대.. 하지만 이상하게 돈이 모자라진 않을지, 산에 오르면서 먹을 간식을 사는 게 너무 초과 되지는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이번 대청봉행 메인 책임을 맡았기에 (숨겨진 노비) 경비 관리에 대한 압박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먹을 것을 남긴다면...
풍족하게 사서 남기는 것 보다 모자라게 사서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이 훨씬 현명하기에 산행 중 먹을 간식들은 매우 간소히 했다. 간소하고 건조하게..(초코바, 소시지, 견과류, 육포, 그리고 막걸리) - >얼린 막걸리 협찬 : 정과장님
6월 18일
6시 홍대입구에서 출발한 아방이를 시작으로 나타와 산타가 서울을 출발했다. 약간 정체되는 듯 하다 뻥 뚫린 고속도로를 시속 140km넘게 달리니 미세먼지로 찌든 우울함은 저 멀리 날아간 듯 하다.
일찍 출발한 탓에 모두들 10시 이전에 사전 약속 장소인 오색그린야드 호텔에 도착하였다. 강차장님과 나는 먼저 도착해 호텔 커피를 마시며 산속에 와도 가시지 않는 도시남자의 매력을 발산하였다.
09:55 산행 출발.
‘낙오자는 대청봉을 등반한 사람들의 모든 시중을 들어야한다’ 라는 사전약속을 되새김질하며 대청봉을 정복(?)하기 위한 첫 걸음을 뗀다. (누가 서비스정신을 닦아 놓았을꼬...)
<아직까진 모두들 자신 있다. 약 한 시간 뒤... 이들은...>
우리는 오색코스라는 4.98km의 구간을 등반한다. 시작은 가뿐하다. 300*300 사각형의 돌들로 포장이라도 해 놓은 듯 한 시작 길을 따라 9명이 천천히 걸어 오른다. 경치, 자연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산을 오른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정장을 입고 있었다면 매우 불쾌했겠지만 자연과 함께 있으니 땀 흘리는 기분이 매우 좋다. 조금씩 뒤처지는 인원들을 기다렸다 다시가고를 반복하며 서로 힘을 북돋아 준다. 현재까지는...
<9명이 출발했는데 간격이 살짝 벌어진 느낌>
<선두 그룹. 힘들지 않아 보이기 위해 억지웃음!>
중간 중간 쉬었다 오르다보니 첫 번째 오색쉼터가 나온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행동식을 먹고 막걸리도 들이킨다. 하지만 난 쉬지 않는다. 이 후기를 남기기 위해 여러 사진을 찍어 작품으로 만들어야 했다.
<..?>
<얼굴이 빨개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9명이 시작해 7명이 쉼터에서 출발한다. 나머지 두 명은..?>
꽤 힘들고 빡세게(?) 쉼터까지 왔기에 이제 1/3정도 왔으려나 하고 탐방로 안내판을 본다.
하지만 모두들 20%도 오르지 못했다는 사실에 낙담하고 만다..
<출발지점을 다르게 하고 현 위치를 다르게 생각하는 등 현실을 부정해 본다>
<아,몰랑~! 그냥 막걸리 마실랭~!>
<그럼 나도~! 키야아~!>
원기 회복을 위해 쉬는 중간 중간마다 산골짜기 친구 다람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걸 보니 이미 많은 등산객들에게 애교로 꼬리치면서 먹을 것들을 많이 얻어먹었을 것 같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요망한 것~!>
쉼터를 지나자 지금까지 올랐던 길은 몸 풀기였다는 듯 가파른 경사,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어디를 디뎌야 더 편하게 오를 수 있을지 슈퍼컴퓨터로 계산하고 싶을 정도의 바윗길이 끝까지 이어졌다.
<하..진짜..#)%*)#!_$>
<고개 숙인 남자>
<누워버린 남자>
<고개 숙인 남자2>
<안경 낀 남자>
<허허허..허허허?..허허???>
Lucky Seven이 1,000미터 고지를 넘기고 등반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나머지 2명은 어디에 있었을까..
1.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오를 때 까지 오른다.
2. 하산해서 기다린다.
정담 : 둘 다 맞음. 누가 누군지는 알아서 판단하시길...
표지판 : 대청봉 - 500m
오백 미터..오백 미터... 꽤 길어 보이지만 외근을 나가서 업체까지 지하철역에서 툭하면 600m, 800m 였는데 500m 정도야..
내 머릿속은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아차산이 해발 200m정도 되니까 한번 올라오는 거 정도로 생각하자 그러자 그러자 그래야한다’ 하고 마음먹었지만 마지막 500m는 정말 허벅지와 종아리에선 쥐가 나고, 뒷근육은 풀리고 내가 산을 오르는 건지 산이 나를 오르는 건지 모를 정도로 무념무상의 상태로 걸었던 것 같다. 그리고 높은 나무들이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고 허리춤, 무릎까지 오는 초목들을 보며 걸은 지 10분...
‘이야 강근수 살아있네!’ 하는 박팀장님의 목소리를 듣고 ‘아 다 왔다...’하는 생각을하며 요단강 건넜다 다시 돌아온 느낌 아닌 느낌...?을 느꼈다.
등수 놀이 : 1. 박용일 2. 황기석 3. 강근수 4. 박준학 5. 오윤학 공동6. 정수원 함민규
우리는 남한에서(제주도제외)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곳을 올랐다. 반도 내에서 우리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50명도 채 안될 것이다. 라며 슈퍼파워울트라오메가나이스캡숑짱 좋은 기분을 약 10초간 느끼고 엄청난 파리와 날벌레 때문에 얼른 사진 찍고 내려가야지^^ 하는 좋은 마음이 ...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들었을 것이다.
<대청봉 정복자들>
그리고 우리는...우리의 보물이 더운 날씨에 상하진 않았을지 걱정하며 보물 상자를 열어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김밥-강차장님 제공, 족발-이과장님의 수고(노비라 먹진 못함)>
<중간지점에 있는 시원한 개울가에서>
내려오는 길은 신음으로 가득 찼으며 출발지에 다다라서는 모두 좀비가 됐다는..
노비2명을 포함해 모두 하산하고 나서 남대천에서 몸을 씻고 야영장으로 이동한다.
<해질녘의 남대천>
<양양 송이조각공원에서의 캠핑>
산을 오르면 엄청난 칼로리 소모, 정상에 올랐을 때의 뿌듯함, 하산해서 먹는 꿀맛 같은 저녁 만으로도 꽤 좋은 것 같다. (물론 산행 중에 엄청 먹었기 때문에 몸무게와 아픈 다리를 얻었지만..)
벌써부터 다음엔 어디를 오를지..어느 지역을 갈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다음엔 지리산 한번 가시죠?
-오늘 너희들 한거 보니 안되겠어~
-천왕봉 한번 가야하는데..
-그때는 노비 몇 명일까요?
-그냥 오르는거 말고 즐길거 없을까요?
그와 반대로 물놀이, 산삼채집과 같은 색다른 경험을 하자고 하는 분들도 계시다. 다음엔 어떤 곳으로 가게 될까..?
“산을 왜 오르시나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죠..누군가 가자고 하기 때문에 오르는 겁니다.”
- 함민규 2016.06.27 11:08 저는 노비2기 예약해두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관리자 2016.06.28 08:39 오! 계곡산행에 심마니 산행까지... ... 그럴러면 아마 매달 산에 가야 할텐데. 뭐 노비가 짐 지어주고 밥 해주겠지뭐 ㅎ ㅎ
- 관리자 2016.06.28 09:10 -容- 고산등반과 노비시스템의 조화! 아주 재미있었음
- 관리자 2016.06.28 09:11 -K.S.Hwang- 20대 이후 기억 저편으로만 추억했던 대청봉인지라 더더욱 감회가 새로웠던 짧고 강렬한 추억~ 가슴에 담았음. 다음 천왕봉을 고대하며.
- 관리자 2016.06.28 09:12 -G.S.Kang- 직립보행을 포기한 등정....그래도 완주했노라~.ㅜㅜ
- 관리자 2016.06.28 09:13 -수원- 대청봉 그까이꺼~ 낙오할듯 낙오할듯 겨우겨우완주성공! 천왕봉 조심스레 "찜"해봅니다.
- 관리자 2016.06.28 09:18 -駿- 영화 "군도"가 생각나네요. "이무기"로 이틀을 살았습니다... 완주했다고 남들이 저를 '노비' 를 만들더만요... 일요일 아침. 텐트에서 우리는 '무릎좀비' 한 무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그런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린것 같습니다. 이번엔 '천왕봉'을......ㅠㅠ '천왕봉'을 바라보며 '한라봉'까먹는 '태평성대'는 언제쯤 올까요... 조심스레 천왕봉을 찜한 양반님네들을 위해 지리산행에는 조심스레 가슴속에 낫을 품어볼까 합니다.ㅋㅋ 그래도 기억에 남는 여행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향소부곡민 대표 백
- 관리자 2016.06.28 09:19 └> 불가촉천민이신건가요?ㅋㅋ 다음엔 신분상승 기원합니다.
- 관리자 2016.06.28 09:19 -윤학- 허벅지를 대청봉에 두고 온 기분입니다. 천왕봉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관리자 2016.06.28 09:20 └> 기대 철회합니다...
- 관리자 2016.06.28 09:22 -Daniel- 노비 1기에게 영광을!!!
- 관리자 2016.06.28 09:22 -민규- 살아돌아와서 너무 다행입니다.
- 관리자 2016.06.28 09:24 -Tigre-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해발 1,000m부터 유체이탈했죠. 다행히 저녁식사때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고기 맛은 기억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