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가을 단풍 나들이 [1]
- smith 2013-10-14 17:46:11
새벽 4시 30분.
모두들 자고 있는 동트기 전의 시간.
나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연다.
아직 차가운 밤 공기가 폐부에 스미어 밤새 굳어있던 몸에 활기를 건네어 준다.
간단한 샤워 후 전날 준비한 배낭을 짊어지며 말했다.
"그래 오늘이군."
등산화를 꼼꼼히 확인하여 길을 나서는데 저 멀리 라이트 불빛이 나를 비춘다.
택시다.
"오늘 운수가 좋은데?"
왕십리요라는 나의 말에 기사아저씨는 즐거운 어투로 내게 말했다.
"일하러 가시나 봐요?"
"...."
그 후로 내릴때까지 차안엔 적막함이 흘렀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나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키 위해 편의점을 돌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7 편의점에는 박팀장님의 애주愛酒가 없었다.
서울에서 서울 막걸리를 안 팔다니..비상식적인 시대를 통탄한다.
기어코 물건을 손에 넣을즈음 오는 문자 한 통.
"별이 유난히도 밝은 밤이구만 잘 주무셨는가"
팀장님께서도 우리가 밤에 출발하는 줄 아시는 모양이다. 이른 시간이긴 하다.
그나저나 새벽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신 일이 밤 하늘 별을 보는 것이라니.
단언컨데, 팀장님은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로맨티스트이십니다.
분주히 준비를 마칠 무렵 같이 출발하기로 한 정대리님의 전화가 왔다.
"어디냐"
난 한껏 잠에 취한 목소리로 말했다.
"ㅇ..ㅖ? 대리님 지금 일어났는데요."
"어 알겠고, 그러니까 어디냐고"
씨알도 안 먹힌다. 역시 전문가에게 사기를 치면 안되나 보다.
나름 연기에 자신감이 있었는데 헐리우드여 안녕.
약속시간인 6시에 전원 왕십리역 집합했다.
많은 분들이 사정상 불참하여 전원 3명이다. 왠지 단촐한 것 같지만 기분 탓인 듯하다.
출발 후 간만에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 때문인지 끊임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 때문인지 경로를 이탈하여 예정에 없던 양평을 들렀던 것 같지만 그 또한 기분 탓인 듯하다.
큰 이벤트 없이 설악산에 도착하여 신속 정확하게 야영준비를 마쳤다.
보무도 당당하게 목적지인 백담사를 향하였으나. 끝없이 이어진 등산객 혹은 향화객들의 행렬에 우리는
출발도 전에 질려버리고 말았다.
상당히 이른 시간에 출발한 것 같지만 무수한 등산객 때문에 일정변경이 불가피 하게 되었다.
12선녀탕으로 발길을 돌린 우리는 보다 한적한 인파에 훌륭한 선택을 했음을 느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가을 단풍 나들이'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연한 단풍은 딱 한 그루만 보고 왔다고
우리 팀장님이 말하지 말랬어요.
단풍 유무를 떠나 각종 공해 속에 사는 바람에 여름이 막 끝난 에어컨 필터같이된 우리의 폐가 산자락 초입부터 정화되어감을 느꼈다.
굽이굽이 기세좋게 뻗은 능선에 에메랄드보다 반짝이는 계곡 물. 그리고 울긋불긋 다채로운 색깔로
물든 단풍나무....색의 등산복을 입은 아주머니 무리들까지.
어느 것하나 이것이 남한 최고의 명산 설악이다! 라고 말해주지 않는 것이 없었다.
조금씩 오르며 계곡을 만날 때마다 막걸리 한통씩을 비우며 가던중
드디어 목적지인 12선녀탕/복숭아탕에 도착했다.
과연 선녀가 노닐다 갔다는 전설이 생길만큼 아름다운 폭포였다. 바위를 따라 흐르는 물줄기에 깎여 바위 안으로 둥그런 복숭아 모양의 연못이 생겼는데 그 절경이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보니 식사할 때가 지나있었다. 우리는 계곡 옆으로 자리를 잡아 간단히 요깃거리를 꺼내었다.
간단히 족발에 김밥 막걸리를 꺼내어 배를 채우는데 정대리님이 김밥 맛이 조금 이상하다고 말씀하신다.
[대리님, 어떤 맛을 좋아하실지 몰라서 쉰 맛으로 준비했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하산 길에 들었다.
- 다음 내용이 궁금하시면 뒷 장에 계속...
- 관리자 2013.10.15 18:03 그건 정말 대단한 경치였다네 앞으로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 ...
- 정수원 2013.10.16 09:36
여러번 가 본 설악산 이었지만..처음으로 느낀 설악산의 아름다움.
이래서 사람들이 설악 설악 하는가 보군!!
- 함민규 2013.10.17 16:46
기가 막힌 훌륭함이었습니다.
대단했죠 대단대단.
- 오성이 2013.11.13 21:12 웬지 가족같은 느낌이네요. ~ 부럽당
- 강혜원 2013.11.15 09:35 웬지 친해보이는 느낌이에요.~안부럽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