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살아남기 훈련 - 대관령
- Timberlines 2013-01-30 02:04:05
2013년 1월 대관령 등반기
눈이 참 많은 겨울이다.
첫 눈 이벤트에 참가한 영업 사원들이 목숨을 걸고 운길산역 장어집으로 달려간 날이 지난 12월 5일이었고, 그 날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에 다들 삶의 소박한 행복을 짜릿하게 맛보았었다.
그렇게 시작된 눈 축제가 사나흘이 멀다하고 눈소식을 보내오니 조상님들 말씀대로라면 이번 겨울이 눈 풍년이기에 올 해 농사도 대풍년이 들 것 같다.
한겨울 새벽 7시 출발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젠 몸에 익숙해졌는지 늦는 사람도 없이 제 시간에 서울을 출발하였다.
그런데 영동고속도로는 이미 정체가 심했으니, 어쩌면 세상 돌아가는 빠르기가 팀버의 잔머리 수준을 한참 앞서가는지도 모르겠다.
잦은 눈 덕에 법인차는 시내 건너 눈치워진 공터에 주차 해 놓고, 고전적 분위기의 트럭으로 옮겨 타서 사파리 목장까지 올라갔다.
날카로운 눈매에 사람 좋은 웃음을 연신 터뜨려주시는 최돈범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준다.
나의 사파리 목장에 대한 애정이 그 어떤 펜션에 대한 것 보다 치명적이듯이, 최사장님의 팀버에 대한 환대는 그 어떤 손님에 대한 것보다 강하다고 느껴지니 앞으로도 사파리 목장에는 개인적으로라도 계속 오게 될 것 같다.
정수원 대리가 스패츠와의 씨름을 겨우 눈속임으로 마친 후 전년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출발을 하려니, 축사 밖으로 말을 끌어내던 최돈만 아우님이 함께 가자며 산으로 오르는 우리 일행을 잡아 세운다.
작년의 경험으로 보건 데, 돈만 아우님이 함께 산행을 하면 얘기 거리가 더 풍부해진다.
그리고 러쎌도 함께 해주니 우리로서는 환영할 일이다.
작년 2월에 비하면 올 1월은 눈이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철조망쪽으로 바싹 붙어서 눈 없는 곳을 골라서 오르다 보니, 눈속임으로 마무리했던 정대리의 스패츠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하고, 그러다보니 앞서 러썰을 해나가던 함민규 사원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진다.
중간 휴식지에 모두 모여, 구름과자도 한 개, 귤도 한 알씩 까먹으며 따뜻한 햇볕을 한껏 즐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정대리는 계속 스페츠와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팀버라인 스패츠에 저주를 퍼부으며... ...
이미 왔었던 길인지라 눈 덮힌 아름다운 겨울을 실컷 감상하며 여유롭게 걷고 또 걸었더니 어느새 정상이다.
비록 천 수백미터 높이의 정상이지만, 사진을 찍을 때의 포스는 에베레스트의 정수리를 밟고 서 있는 듯한 성취감 가득한 표정들이다.
예전에 뮤지컬 영화 “사운드 어브 뮤직”을 보고 또 보고는 했었다.
특히 피크닉 바구니와 기타를 가지고 도레미송을 부르던 그 초원의 경치는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하였는데 한국에서 그 비슷한 경치가 바로 이 대관령 초원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 곳 초원이 내겐 아주 특별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런 내 취향 때문에 등산을 싫어하는 직원에겐 팀버라인은 결코 만만한 직장이 아닐 것 같다.
내리막 길을 휘파람과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장소에 도착했다.
작년에 라면 물을 끓였던 장소는 새똥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좀 더 아래에 있는 사료 창고로 내려가니 바람도 없고 햇볕도 들어오는 것이 아늑하기가 그지없다.
라면을 끓이는 와중에 함민규 사원이 등산화를 벗으니 흠뻑 젖은 등산 양말에서 김이 무럭 무럭 솟아 오른다. 그 상태에서 새 양말로 갈아 신어봤댔자 그 양말은 금방 젖을 것이고!!
아무튼 민규 사원님 앞으로는 더 영리하게 세상과 맞딱뜨리시게나!!
적당한 운동 뒤의 식사는 어찌나 그리도 맛이 있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식을 해 버렸고 목장까지 내려가는 하산 길 내내 씩씩 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풍력 발전기만이 꼿꼿히 찬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인내하는 그 광활한 초원에
팀버라인 사람들이 발자욱을 남겼다.
한 겨울, 그 누구의 발자취도 없는 그 곳에 길을 만들어 가며 올라
웃고 떠들고 그리고 파란 하늘을 우러렀다.
속도를 강요하는 직장생활이기에, 의도적으로 야외생활은 느림을 추구한다.
남들이 다 준비해줘서 우린 그저 소비하기만 하면 되는 그런 문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준비하고
직접 움직여서
그래서 우리가 즐기는 그런 우리가 만든 문화를 즐기고 픈 것이다.
아! 그리고 1인당 한끼 6000원으로 꾸린 식단은 넘칠 정도로 풍성했던 것 같다.
물론 배근수 지사장님과 강근수 과장 그리고 김지혜 계장이 고민에 고민을 하며 준비하여서 겠지만.
검소한 밥상을 준비하느라 또 많은 웃음들이 퍼져나갔으니 이 또한 즐거움이 아닐까?
그 날 함께 한껏 웃었던 벗들이여
다음에 또 마음껏 웃을 날들을 기대하며 우리의 길을 뚜벅 뚜벅 걸어가 보세나.
날짜 : 2013년 1월 19 ~ 20일(토,일)
대상지 : 대관령면 차항리 사파리 목장과 대관령 초원
참가자 : 배근수, 김지혜, 황기석, 강근수, 이성환, 함민규, 정수원, 박용일 총 8 명.
- 스모크햄 2013.07.25 18:13
대관령의 눈맛은 기가 막히죠.
눈....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한번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오성이 2013.07.25 21:45 난 절대 산행 안할꺼야... 내 다리를 살려놔야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