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 대관령 극기훈련
- Timberlines 2012-02-13 03:19:17
(주)팀버라인의 연례행사인 극기훈련이 돌아왔습니다. 여지껏 다녀오던 한라산에 대한 식상함을 털어버리고자 새롭고 역동적인 도전과제를 들고 오신 박용일 팀장님은 눈을 헤치며 하는 산행을 기획하셨습니다. 克己란 말 그대로 나를 이겨내는 일을 말함인데 허리까지 차오르는 눈을 넘어간다는 것은 나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일에 부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벽 출발에 익숙해진 우리 팀버인들은 오전 7시에 각 집결지에서 만나 차량 2대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인원수가 한명 적은 강남팀과 4명의 인원이 모이는 강북팀중 먼저 강남팀이 출발하였고 뒤이어 강북팀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벌어진 레이스 형식에 누가 먼저 도착할지가 관심사가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중간 휴게소에서 같이 만나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날씨도 따뜻하고 산지에 눈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구경할 수가 없기에 모두들 희희낙락하며 극기훈련이 아니라 야유회같은 분위기일거라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쳤는데 그러나 강원도는 역시 강원도였습니다. 양평을 지나 횡성을 넘기자 산마루에 다소곳이 들어앉은 殘雪은 하루 종일 보게 될 눈의 전조였고 목적지에 다다르자 앞서와는 차원이 다른 막대한 설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횡계에 도착한 강북팀은 간단한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초입의 마트를 들렀는데 역시 주당 정수원 대리님은 가장 먼저 막걸리를 6통을 계산대에 앉혀놓았습니다.
그 후에 Base Camp인 대관령사파리목장에 도착했습니다. 대관령사파리목장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차항리에 위치해있으며 ‘눈꽃마을’이라 불리울만큼 겨울철부터 이른 봄까지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고 또 그림같이 아름다운 초원이 있는 곳입니다. 비록 초원보다는 설원을 더 많이 봤지만 다음번 야유회장소로 박팀장님 마음에 쏙 들은 것같으니 다음 기회에 그림같은 초원을 볼 수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펜션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구름위에 올라선 것 같은 장관이 펼쳐졌습니다. 온통 하얗고 빛나는 눈 위에 올라서니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두들 등산준비를 마치고 출발 기념사진 한번 찍고 하얀 지옥으로 GoGo! 예쁜 풍경에 마음도 발걸음도 가벼워져 힘찬 출발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북히 쌓인 눈들이 ‘날두고 어딜가?’하면서 한발짝 한발짝 허리를 껴안는 SnowHug에 처음 느꼈던 야유회의 느낌은 백두산까지 날아가버렸습니다. 눈이 쌓인 곳을 처음 헤치며 나아가는 것을 russell이라고 하는데요 굉장히 고된 작업이라 모두들 번갈아가면서 했습니다. 신입사원인 함민규 사원은 기세좋게 처음 러셀을 나섰다가 얼마 가지도 못하고 가방이 조여져서 숨을 못쉬겠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뒤로 빠졌고 번갈아가면서 러셀을 하며 산에 올랐습니다.
펜션 사장님의 동생분이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산에 따라 올라오셨는데 그 분이 산행의 MVP였습니다. 그 분의 안내 덕에 산을 헤매지 않고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전문산악인 force를 마음껏 뿜어내시는 박팀장님은 Darth Vader같은 고글을 쓰시고 광선검을... 아니 등산 스틱을 쥐시고 산을 유람하셨습니다. 히말라야를 다녀오신 분답게 이정도 산행은 마치 봄날 뒷동산 산책하듯이 다니셔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눈밭을 구르며 기며 한 고개를 넘기고 사진을 찍었는데요 눈에 띄는건 이성환 대리님의 토끼마냥 귀여운 귀마개였습니다. 어디서 구한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깜찍했는데요 아무튼 잘 어울렸습니다.
잠깐의 휴식 후에 다시 걸음을 재촉해 눈길을 만들어가며 올라가던중 정대리님의 등산스틱이 쑥하고 빠져버려서 역시 비싼게 좋은 것. 이라는 교훈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박팀장님의 블랙야크 풀세트가 왠지 부러워 보였다랄까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러웠던것은 황기석 팀장님의 엄청난 내공이었습니다. 황팀장님이 가시는 곳은 조그마한 자국도 없이 눈이 단단히 굳어보였는데 뒤따라 밟으면 어김없이 허리까지 쑤욱 빠지곤 했습니다. 무협지에는 답설무흔[踏雪無痕:눈을 밟아도 흔적이 없음]이라는 경지가 있다는데 황팀장님의 움직임이 왠지 그렇게 보였습니다.
이동현 사원님은 못난 후배를 대신해서 사진사가 되어주셨는데요 그 덕택에 정작 본인은 힘들게 산행을 하고도 본인 사진 3장밖에 가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못난 후배가 다음에는 자신이 사진을 찍겠다고 합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목적지인 풍차가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고개하나만 넘으면 나올 것같은 풍차가 점점 가는 만큼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기분탓일 겁니다. 신기루와 같은 환상을 쫓아 한걸음 한걸음 열심히 눈을 헤치고 떠나는 도중 옆에서 황팀장님이 눈이 얼어 딱딱한 곳을 찾아서 편안하게 올라가시고 있었습니다. 왠지 모를 허탈함과 더 편한길에 대한 갈망으로 옆으로 눈을 뚫고 환상의 길을 찾아 떠났는데요 왠지 황팀장님처럼 걷는 것이 잘 안되는 것도 아마 기분탓일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풍차가 있는 초지에 도착했는데요 그곳의 칼바람은 굉장하여 튼튼한 우산이라도 펴면은 몸을 띄울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정상에서 깃발을 들고 찰칵! 또 다시 소중한 추억의 한 장이 팀버에 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내려가는 비료썰매 시간이 돌아왔는데요 어김없이 비료포대를 구해주신 정대리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눈이 푹푹 빠져서 썰매를 제대로 타지 못했는데요 그래도 구간구간 탈만한 장소가 끊이지 않고 나와서 참 즐거웠습니다. 고로쇠나무로 만든 전통썰매도 가지고 올라갔는데요 그것은 아무래도 표면 상태가 좋지 않아 잘 쓰지 못했습니다.
정신없이 썰매를 타고 내려오면서 중식을 해결하기 위해 안내하신 분께서 운영하시는 축사 위에서 식사를 했는데요 겨울이라 말들은 없고 그 위에 만들어진 공간에서 안락하게 가지고간 음식들을 꺼내어 먹으며 막걸리와 와인등 술로 몸을 데웠습니다. 산중에서의 식사치고는 두둑하게 배를 채우고 다시 길을 떠나는 중 하얀 눈밭에 꿋꿋이 자라고 있는 초록 생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안내하신 분이 말씀하시길 겨우살이라고 말하시고 여러효능을 말씀하셨습니다. 겨우살이는 항암제로도 우수한 약효를 지니고 있고 피부미용에 좋고 그리고 남자! 더 말이 필요가 없는 설명에 전부다 열매를 한 알씩 입에 물고야 말았습니다.
올라갈때와 다른 가볍기 그지없는 하산길에 어느덧 펜션에 도착하게 되었고 금년도 동계 극기훈련의 공식적인 일정이 끝났습니다.
모두들 정말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 smith 2012.02.17 01:11 아 이제 홈페이지가 조금 정상화 되려나 봅니다. 문제가 좀 있었는데 해결되고 있네요
- smith 2012.02.17 04:41 댓글 작동여부 확인중입니다.
- 동네 아저씨 2012.02.17 05:08
히말라야보다 대관령이 더 좋았다.
그런데 대관련보다 팀버사람들이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