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신록운동회(3)
- Timberlines 2011-06-21 10:55:01
달리기
한 직장을 오래 다니면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야유회에서 음식 준비할 때 땡땡이를 쳐도 된다는 것이 아닐까??
다들 펜션 구경에 신이 나 있을 때, 난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다음지도”에서 보아 두었던,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그 길을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웬걸, 2차원 위성사진으로 보았던 것과는 완전 딴판으로 초원속으로 흘러들어가는 3차원 실제 오솔길은 가파르기가 그지없었다.
걷는 것 보다도 느린 속도로 가파른 산길을 뛰어 오르다보니, 중년 부부가 산나물 채취에 한창이었다. 그냥 지나치기 뭣해 인사를 건넸더니 아주머니가 아주 깜짝 놀라신다.
하긴 그런 곳에 일반인이 올 리가 없을테니 놀랄만하기도 했다.
가파른 오르막이 끝나고 드디어 커다란 풍차가 도열해 있는 초원 가장자리에 도착했다.
위성사진으로 길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그 지점에 길이 있었고, 나는 그 길을 달려서
“다음지도”에서 수백 번은 보았던 바로 그 장소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었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오느라 완전히 방전되었던 다리가 평지를 만나니 서서히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다.
완만한 정상부위는 화전민이 대관령에 일대에 정착했던 이후로 초원이 형성되어 있었고, 그 한 가운데로 흙길이 구불구불 이어져나간다.
그리고 초원 중간 중간에 전설에나 등장했던, 새하얀 풍차가 그 거대한 팔을 돌리고있었다.
달리는 방향을 황병산쪽으로 잡고 달리다보니 그 광대한 초원에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황홀한 감정 때문에 힘든 줄을 모르게 된다.
달리기 시작한 지 50분에 가까워지니 흙길은 끊기고, 초원에는 트럭 바퀴자국이 희미하게 이어지다 결국은 초원과 울창한 삼림이 경계를 이룬 곳(팀버라인)에 다다르게 된다.
더 전진해 보고 싶어도 뱀이라도 나올까봐 결국 발걸음을 펜션쪽으로 돌렸다.
욕심은 사회 초년 여름휴가 때 하룻밤을 보냈던 장소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길이 끊기고 또 시간적으로도 무리가 되어 또 오게 되리라는 예감을 확신하며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는 장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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