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 신록 운동회
- Timberlines 2011-06-21 10:20:16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해, 몇 달의 직장생활로 황폐해진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첫 여름 휴가를 혼자 오대산 - 대관령-고루포기산까지의 능선종주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침낭, 매트리스, 버너, 코펠 그리고 약간의 식량이 전부로, 비가 오면 원 없이 비를 실컷 맞으며 걸어볼 심산이었다.
서울을 출발한 첫날 오대산, 진고개, 노인봉, 소황병산을 지나니 세상이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고, 그 때쯤 나타난 것이 “삼양대관령축사”의 불빛이었다.
어둠속을 헤매던 나는 당연히 귀신에라도 홀린 듯 불빛을 향해 달리듯 산길을 내려갔었다.
조금 내려가니 1000미터가 넘는 고원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초원과 제법 커다란 시냇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고, 지칠대로 지친 나는 그 시냇물로 밥을 해 먹고 하늘을 지붕삼아 잠이 들었었다.
다음날 눈부신 아침 햇살에 잠을 깬 나는 잊지 못 할 경치를 접하게 되었으니
아름다운 초원 한 가운데로 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냇물을 따라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흙길에는 하얀 모자를 쓴 사람이 홀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알프스에나 있음직한 그 풍경에 반해 나는 탄성을 지르며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더 또렷해지는 그 때의 굉장했던 기억 때문에, 대관령 초원은 언젠가는 다시 올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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